Exhibition

AU : In my space

12월 23, 2020

Group Exhibition

In My Space

December, 2020

COVID-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이동의 자유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라도 지켜야하는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한 이동의 제약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만의 공간(空間, space)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며, 사람들은 나름의 집콕놀이를 개발하고 즐기며 이 지루하고 긴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 지 궁금증이 생기지만, 다른 이의 공간을 방문 할 수 없는 요즘이기에 이러한 호기심을 해소할 길 또한 없다.

이러한 목마름을 해소해주고 심심함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Artists Union은 공간에 대한 주제로 <In My Space> 전시를 개최한다.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이를 확장해가는 작가 김승현, 이민주, 정진경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예술공간을 살펴보고 프레임 너머의 공간을 상상해보았으면 한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무한의 공간을 제시하면서 조금은 더 길어질 듯 한 당신의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응원한다.

Kim Seung Hyun

“본-시리즈에 등장하는 내가 좋아하는 가구와 작가들은, 미술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책과 전시장에서 접하고 만났던 것들로 나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것들이다. 나는 과거의 사람들이 물건을 수집해 그것들로 경이로운 방(분더카머, Wunderkammer)을 꾸몄던 것처럼 나만의 경이로운 방을 만들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경이로운 방을 위해 가구와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것들의 이름을 모아 영어문장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이 공간은 문장으로 만 존재하며 머릿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본-시리즈를 이어오면서 드는 생각은, 머릿속이야 말로 진정 경이로운 방이 아닐까 하는 것 이다.” – 김승현 작가 노트

김승현(b.1983) 작가는 2012년부터 삶과 미술의 관계 및 미술이 작동하는 이유를 탐구하는 ‘본-시리즈 Born-Series’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스트럭쳐 시리즈 Structure-Series>가 사회구조가 지닌 문제들을 꺼내 보이는 작업이었다면, ‘본-시리즈’는 그 고민의 방향이 ‘구조’라는 사회적 차원에서 미술작품의 존재 이유라는 다소 본질적인 차원으로 옮겨간 것이다.

작가는 2019년 대구미술관의 소장품을 그의 텍스트 작업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이 멋진 작품들처럼 나의 작품도 근사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을 드러내었다. 그 당시 두 번째 공간에 위치한 ‘본-시리즈’는 시트지를 활용해 캔버스에 텍스트를 찍어낸 작품인데, 이러한 그의 작업 방식은 앤디 워홀의 형식을 연상케 한다. 김승현 작가는 자신의 텍스트 작업에 ‘아방가르드체’를 폰트로 사용하였다. 그가 연출한 공간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 모두 당시 새로운 매체와 작업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미술의 의의와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는 데 있어 그 ‘아방가르드함’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아방가르드함’이란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미술은 아름다워야 한다.’ 와 같이 오랫동안 미술의 본질과 목적이라 간주되었던 것에 물음표를 던지는 김승현 작가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는 영국의 록밴드 퀸(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의 가사를 차용한 ‘본시리즈’의 텍스트 작업에서 미술작품을 화자로 설정해 ‘I WAS BORN TO DECORATE YOUR LIVING ROOM WITH YOUR JOSEPH BEUYS AND YOUR NAM JUNE PAIK AND YOUR DAMIEN HIRST AND YOUR CAMPBELL’S SOUP CANS AND YOUR ARNE JACOBSEN EGG CHAIR AND YOUR USM HALLER’(나는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과 데미안허스트와 앤디워홀의 캠벨수프와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계란의자와 유에스엠 할러(USM HALLER)와 함께 당신의 거실을 장식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이들의 작품들이 갖는 어떠한 서사나 의미를 찾기보다도, 작가로서 자신이 잉태한 작품이 거장들의 작품들과 함께 멋진 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낸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이 흠뻑 반영된 집이라는 공간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충만한 만족감을 주는, 즉 작품은 사랑받기 위해 탄생했다는 미술작품의 목적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의 결과를 재치 있게 보여준다. – 방선형 비평글, ‘당신의, 당신에 의한, 당신을 위한 미술’ 중 발췌

Lee Min Ju

“나는 일상의 작은 것들을 통해 영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고전을 사랑하고 무언가를 믿고 염원하는 마음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작은 생명체가 된 무덤이자 언덕은 앞으로 나의 영감을 풀어내면서 규칙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현 시대가 그러하듯 모든 것들을 뒤섞어서 캔버스 위에 풀어 놓는 것도 좋다. 하나의 그림 속에서나, 각각의 부분에서 추상적인 부분과 함축된 이미지, 드로잉적인 부분들이 섞여 이질감 없이 놓여 있는 것도 현실의 나를 닮았다고 생각이 든다. 새롭게 시작된 페인팅의 이야기들을 앞으로 좀 더 끌고 가 보고자 한다.” – 이민주 작가 노트

작가 이민주(b.1984)는 평화로운 일상과 사랑스러운 소재들을 다룬 연작을 통해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간 봄에 대한 아쉬움, 작가의 가족인 고양이들과의 에피소드, 부처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작업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관람객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펜데믹 이전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 또한 느끼게 한다. – 정연진 큐레이터, ‘거_리두기’ 전시 서문 중 발췌

Jung Jin Gyeong

“특별하지 않은 것들의 특별함을 발견해서 담고 싶은 마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함은 작업에 큰 힘이 된다. 이러한 생각은 평범함을 몇 번 잃어본 뒤 작은 결핍처럼 생각했던 것이 결코 작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부터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낡고 메마른 것, 가볍게 쓰이고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이 특별하게 뭔가를 꾸미고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작품이 자연스럽게 나를 연상시킬 수 있으면 좋겠고 작업과정을 모두 보여줄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진행된 많은 것들이 보는 이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 정진경 작가 노트

작가 정진경(b.1982)는 정진경은 대상을 전혀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은 대상의 추상성을 높여 기억에 각인시킨다. 다시 말해서 버려지는 것(잊히는 것)을 추상성이 강한 단순한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오랫동안 그 대상을 기억하도록 만든다. 다년간 시각 이미지를 다뤄왔던 작가는 단순한 형상으로 추상성을 높여 대상을 표현했을 때, 이미지의 수용에서 발생할 생리적 현상을 이미 감각적으로 예측하게 된다. 정진경은 의도적으로 조형을 단순화함으로써 강렬한 인상과 오랜 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상물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드로잉과 페인팅, 판화 기법 등으로 평면 작업을 완성하고, 그것을 다시 입체 조형물로 변환하여 제작한다. 그리고 그 입체 조형물로 마치 공간을 드로잉하는 것처럼 설치하거나, 그것을 다시 그리는 순환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작은 이미지는 큰 형태의 컬러 시트지로 옮겨져 유리 벽에 부착되기도 하고, 얇은 두께의 납작한 입체물이 되기도 하고, 명주실을 캐스팅한 속이 텅 빈 껍데기 같은 엷은 조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공간에서 조화롭게 구성하여 (작가의 용어로) “공간 드로잉”을 한다. – 안진국 비평글, ‘곁의 미학: 일상과 그리움 사이에서 피어 오른 이미지’ 중 발췌